이렇게 좋은...?

좋았습니다 좋았어요

다들 다녀와보세요.

혹시 내 말을 안 믿나?


“진심으로 한 말인데요…….”

소심하게 덧붙이자 제자는 한결 자연스러워진 눈으로 돌아왔다. 그러더니 스타토토사이트 몇 번 달싹이다가 물었다.


“조금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요?”

“네?”

“제자를 조금 좋아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조금 좋아한다의 롤토토사이트 정확히 정량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미친 거 아냐. 마음에 정량이 어디 있어?


“전하가 절 좋아하는 마음에서 불신하는 마음을 뺀 정도 같아요.”

하지만 아무렇게나 둘러대면 제자가 납득하지 않을 기세여서, 나는 롤베팅 대한 제자의 마음도 알 겸 그를 기준으로 삼았다.

여기서 제자가 반색한다면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불신하는 마음보다 훨씬 롤배팅 거고, 실망한다면 제자가 나를 좋아하는 마음과 불신하는 마음이 비슷비슷하단 거겠지.


“그렇군요.”

제자는 딱히 감정을 드러내진 않고,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눈을 감았다. 무슨 뜻이지?


“전하?”

“…….”

“전하?”

“…….”

뭐야. 뭔데. 그렇게 빤히 쳐다보다가 혼자 시들어버리면 신경 쓰이잖아!

* * *

제자는 갑갑하게 굴었지만 마차는 쉬지 않고 나아갔다.

나는 제자의 눈치를 기웃거리면서 보고　마차 안에서 여기저기 자리를 바꾸며 돌아다녔다.

쉬었다 가고 싶은데. 제자가 ‘스승님 속도로 이동하면 장례식이 끝나고야 도착할 거다’며 재촉해서 어쩔 수 없었다.


“전하. 전하는 그리 오래 앉아 계시면 좀이 쑤시지 않으신가요?”

“괜찮습니다.”

“전하. 우리 솔직하기로 했잖아요. 살짝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면…….”

“괜찮다고 했습니다.”

이동하던 도중 한 번은 너무 지루해서, 나는 제자 옆에 스타베팅 앉아 보았다.

제자가 날 불신하는 이상으로 내가 좋다고 했지. 롤드컵토토 정말일까? 듣긴 했지만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다.

제자는 눈을 감고 있다가 내가 옆에 궁둥이를 붙이자 볼을 움찔했다.

나는 제자의 눈치를 보다가 슬그머니 마차 벽에 등을 대고서 자는 척해 보았다.

실눈을 뜨고 버텼으나 제자는 내게 꺼지라고 하지 않았다.


‘다행이야.’

날 데리러 온 후에도 그를 완전히 믿기 힘들었는데. 어쨌든 제자가 내가 회귀했단 사실을 알았을 때보단 화가 확실히 풀린 모양이다.

좋아. 우선은 거기에 안도하자. 게다가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나는 내 은신처조차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잖아?

제자가 지금 이러다가 나중에 돌변하면 또 달아나면 되지!

* * *

지루한 여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마차가 수도 안으로 들어서자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나는 무릎 위에 두 손을 올리고서 옆에 앉은 제자를 기웃거렸다.

제자는 여전히 똑바로 앉아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너무 늦은 것 같지만 그걸 보자 새삼 조금 의심스러워졌다. 롤토토 날 데려오고 나서 후회하나?

내가 죽었단 소리에 놀라서 데리러 오긴 했는데, 막상 나랑 같이 돌아오고 있으려니 후회되나?

역시 눈앞에서 치워두는 게 나을 것 같나? 계속 눈을 감고 있는 건 ‘눈앞에 평생 나타나지 마세요’의 연장선인가?


“도착했습니다.”

좋지 못한 기분이 들어서 나는 마차가 멈추자마자 얼른 튀어 나갔다.

그러고서 대문까지 빠르게 달려가 뒤돌아보니, 제자는 날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왜 따라오세요?”

그 모습이 기쁘기도 하지만 좀 얄미워서 묻자, 스타토토 오히려 자기가 불쾌한 듯 되물었다.


“벌써 팽하십니까. 여기까지 태워다 드렸으니 필요 없다 이겁니까.”

“그게 아니라…….”

오는 내내 전하가 절 무시했잖아요.

입만 뻐끔거리다가 나는 돌아서서 얼른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몇 걸음 가지 않아서 왜 장례식 소문이 났는지 알게 되었다.

가솔들이 죄다 하얀 옷을 돌아다니고 있었고, 대부분 표정들이 우중충했다.


“무슨 일들 있어?”

일부러 소리 높여 묻자, 가솔들은 바닥만 보고 돌아다니다가 뒤늦게 날 보고 비명을 질렀다.


“소가주님?!”

“소가주님!”

“세상에! 소가주님께서 돌아오셨어요!”

순식간에 사방이 시끄러워지고 가솔들은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쪽으로 몰려들었다.

뒤에 제자가 있단 게 떠올라 돌아보니, 제자는 언제 가져온 건지 얼굴의 반을 면사로 가리고 서 있었다.


“아이고 소가주님!”

수길댁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와서 나는 다시 앞을 보았다.

수길댁이 앞치마까지 던져두고서 달려오고 있었다.


“소가주님, 세상에, 소가주님 맞으시지요?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세상에!”

수길댁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연신 아이고 아이고 외쳐댔다.


“소가주님, 마님은 소가주님이 정말 죽으러 가신 줄 알고 반쯤 실성할 뻔하셨습니다. 얼마나 힘들어하셨는지 몰라요! 너무 힘들어하셔서 마님의 오라버니께서 데려가 지금은 친정에 계십니다. 대체 어딜 갔다가 이제 오신 겁니까!”

“그렇지 않아도 나도 그 얘기를 듣고 놀랐네. 난 그냥 며칠 바람 쐬러 나간 건데. 내가 죽으려 한단 이야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가?”

그들이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울컥 올라오는 게 있긴 하다.

하지만 대체 누가 이런 헛소문을 시작한 건지 궁금했다. 거기에 13황자까지 낚였으니까.


“여러 사람이 각자 자기가 본 걸 말하다 보니 그렇게 결론이 났어요.”

월섬의 목소리가 대답해주었다.

소리가 난 쪽을 보니, 월섬이 소매로 눈가를 계속 닦으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월섬이 손을 내리자 반쪽이 된 얼굴이 드러났다.


“월섬아!”

“소가주님, 전 정말 소가주님이 꼼짝없이 돌아가신 줄로만…… 소가주님!”

나는 다급히 월섬을 끌어안았다. 월섬도 날 부둥켜안고서 더욱 펑펑 울기 시작했다.

세상에. 내가 없는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우리 월섬이 날개뼈가 왜 그냥 뼈가 되어 가고 있어? 살이 없는데?


“소가주님, 앞으로는 멀리 가실 때 저도 꼭 데려가세요. 네? 꼭이에요.”

　

　
펑펑 우는 월섬을 달래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식솔들이 저마다 눈을 피하는 모습이 심상치가 않다.

그러다가 월강을 발견했다. 월강은 얼굴 여기저기에 얻어맞은 흔적이 보였다.

월섬은 여기에 오기라도 했지. 월강은 멀찍이 떨어져서 오지도 못하고 끙끙대고 있었다.


“피곤하니 일단 좀 쉬어야겠어.”

나는 그렇게 둘러대고서 월섬을 데리고 거처로 걸어갔다.

월강은 그제야 얼른 내 뒤를 쫓아왔다.

* * *



“월섬아. 월강아. 내가 없는 사이에 사람들이 너희 둘을 괴롭히기라도 했어? 둘 다 꼴이 왜 이래? 하나는 살이 다 사라졌고 하나는 얼굴이 얼룩덜룩해졌잖아?”

나는 거처 대문을 단단히 닫고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물었다.


“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어요.”

월섬은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네. 그냥 소가주님을 기다리다가 넘어졌어요.”

월강도 그렇게 둘러댔지만 표정에 분한 기색이 넘쳐났다.

그걸 보는데 분노 덩어리가 목 어딘가에 똘똘 뭉쳐지는 느낌이 났다.

대체 어떤 새끼들이 이랬냐고 말하려는데, 어깨 위로 커다란 손이 올라왔다.


“스승님. 우선 들어가시지요. 그동안 스승님께서도 ‘고생’하지 않으셨습니까.”

제자였다.

제자를 까먹고 있었다.


“소가주님, 제가 얼른 차랑 간식 가지고 올게요!”

월섬도 제자의 존재를 잠깐 잊었던지 얼른 외치고서 거처 밖으로 나갔다.


“저도 숯 좀 가져오겠습니다.”

월강도 얼른 월섬을 따라 나갔다.

거처에 나와 제자, 청양, 유동백만 남게 되자, 유동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국사가 자결한 줄 알고 이국사의 측근들에게 화풀이를 해댄 모양이군요.”

“유 대인이 보기에도 그런 거 같죠?”

나는 유동백을 보면서 되물었다.

그러고서 더 그 화제로 말을 하려는데, 화려가 내 어깨에 올린 손을 꿈틀거렸다.


“전하?”

왜 그러나 싶어서 올려다보자, 화려가 냉랭한 표정으로 물었다.


“스승님. 그 여인과 너무 가깝게 지내는 거 아니신지요.”

“그 여인이요? 누구요?”

“스승님의 시비 말입니다. 매일 붙어 다니는 시비요.”

“월섬이요?”

화려의 표정이 한층 더 싸늘해졌다.

나는 제자가 왜 저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잠깐 그를 계속 올려다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제자는 날 내려다보고 나는 제자를 올려다보고 있자니, 청양이 슬쩍 끼어들었다.


“이국사님. 전하께서는 대인이 월섬 소저와 포옹하고 있는 걸 보고 투기하시는 겁니다.”

“!”

나는 청양과 제자를 번갈아 보았다. 제자가 무슨 헛소리냐고 청양에게 화를 낼 게 뻔했다.

그러나 제자는 청양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긴 했지만 반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답을 기다리듯 나를 계속 바라보기만 했다.

그 까만 시선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가 막혀왔다. 아니, 진짜로 투기해서 저런 말을 한 거야? 월섬이가 내가 없는 사이에 수척해져 있는 상황에서?


“전하. 월섬이는 저와 자매 같은 사이에요.”

“하지만 자매가 아니지요.”

“아니, 자매를 떠나서 저도 여인이고 월섬이도 여인이잖아요.”

“스승님은 여인들 사이에서 바람둥이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그땐 남장했으니까요!”

이 제자가 미쳤나.


“그리고 월섬이는 어린 시절부터 저랑 붙어서 큰 애예요 전하.”

제자는 코웃음을 치더니 내 귀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제자도 청양과 백 년이 넘게 붙어 있었지만 끌어안고 운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의 말은 헛소리였다. 하지만 입술이 귀에 너무 가깝게 붙어있는 바람에 그가 나지막하게 속삭이자 귀부터 목덜미까지 주르륵 솜털이 일어났다.

간지러워서 거북이처럼 목과 어깨를 다 움츠리자, 제자는 멈칫하더니 입술을 떼고 나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자 청양이 “하이고.” 하고 중얼거리다가 유동백에게 등짝을 맞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두 손을 모으고 꼼지락거리다가 슬쩍 옆을 보았다.

제자는 의식하고 한 행동이 아니었던지, 덩달아 목덜미가 붉어져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제자가 한 말이 진짜인가 봐. 진짜로 날 불신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마음이 좀 더 큰가 봐.

내 귀에 좀 닿았다고 얼굴이 완전 장밋빛이 되어버리네.

* * *

차를 마신 화려는 스승이 계속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곁눈질하는 걸 보자 가슴이 갑갑하고 간지러워서 궁전으로 돌아와 버렸다.

월무궁으로 돌아가는 도중 보니 이르게 꽃망울을 맺은 매화가 몇 줄기 보였다.

그는 꽃이 가장 잘 필 듯한 매화 가지를 몇 개 챙겨 서재로 돌아갔다.


“하얀 화병을 찾아와라. 스승께 드려야겠다.”

운귀가 화병을 가지러 간 사이. 화려는 날카로운 칼로 가지를 다듬었다.


“전하. 이거면 될까요?”

가지를 거의 다 다듬었을 무렵 운귀가 길쭉한 도자기 화병을 가져왔다.

화려는 그 안에 다듬은 매화 가지를 모양을 잡아가며 넣었다.

청양은 그 모습을 내내 조용히 지켜보다가 화려의 표정이 평온해졌을 즈음 슬그머니 물었다.


“전하. 이국사가 전하를 속이는 게 어느 정도인지 소신은 모르지만, 전하께서 이국사를 속인 횟수가 상당한 건 알아서 그런데요. 두 분이 화해하신다면 그 일들은…….”

“굳이 말할 필요 있겠느냐.”

“그렇군요. 저…… 그러면 이국사를 고립시킬 거라시던 계획은 어찌하실 건지요? 그만둘까요?”